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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노트북, 나사, 지혜.

파르셀수스 2009. 8. 16. 15:45

 때로는 간단한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을 일을 어렵게 고민하는 경우가 있다.

 저번주 노트북 쿨링팬에서 갑자기 들리는 소음. 임시 방편으로 처리를 해놓은게 발열에 의한 일부분의 팽창으로 쿨링팬의 축과 내부과 닿아서 나는 소리였다. M모사의 노트북으로 이 모델은 팬이 베어링이 들어가지 않은 슬리브형으로 차후에 닳거나 마찰이 늘어나면 소리가 많이 난다. 이미 잘 알려진 문제이고 많은 사용자에게서는 일어나는 않는 문제이나 장시간을 사용하는 나와 같은 경우에는 일어날 수 없는 문제인 것 같다.

 묘안을 짜내다가 새로운 팬으로 교체할까 했지만 정말 구하기 힘든 모양의 팬이라 구입할 수 없다. 사실 C/S를 받아서 수리하면 되는데 이게 지방에서는 살짝 귀찮은 일이다. 그렇게 많은 묘안을 짜내다가 첫번째 대안이 새로운 팬을 달아버리는 것이었다. 그런데 쉬운 일이 아니었다. 결국 이리저리 궁리하다가 교체하기 위한 팬의 베어링을 빼서 이전의 축의 슬리브 부분에 끼워넣고 그 슬리브를 약간 구멍을 넓혀서 닿지 않게 하는 방법으로 했다. 한동안 이 방법으로 아무런 문제없이 사용할 수 있었다.

 그러나 얼마정도 시간이 지나자 어쩔 수 없이 다시 팬 중심축의 마찰음을 귀를 괴롭혔다. 방열팬의 높은 온도로 팽창해서 약간 흔들리는 동시에 약간의 마찰음을 내기 시작한 것. 다시 이 문제로 고민을 다시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저번주, 이번에는 확실하게 맺음을 하자는 각오로 다시 뒷판을 열고 팬의 중심축을 닿지 않게 슬리브 부분의 구멍을 넓혔는데 효과가 없었다. 예전에 그 슬리브 부분을 빼지 않고 그냥 위에 베어링을 올려서 작업한게 사실 마음에 걸렸다.

 결국 마음먹고 깊이 들어 앉은 슬리브를 제거하기로 했는데, 이게 좀처럼 빠지지 않을만큼 깊이 들어간 탓에 간단히 빠지지는 않았다. 한쪽면을 모두 깎아서 뽑아낼려고 했는데 구리로 된 이 슬리브는 아무리 깎아내도 별 차이가 생기지 않아서 깎아내어 뽑는 방법은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았다.

 이렇게 잠시 고민을 하다가 머리에 번뜩이는 생각. '구멍이 있다면 나사가 그 구멍에 박힐 것 아닌가?' 이 생각은 이 복잡한 문제를 아주 간단히 해결할 수 있었다. 작은 나사를 하나 구하고 살짝 구멍에 나선이 박힐 만큼 돌려 끼우고 잡아당기자 아주 순순히 빠져 나왔다. 그렇게 마침내 내부의 슬리브 부분을 빼내고 베어링을 2개 넣어서 마찰음이 나지 않도록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꼭 어떤 것을 사용해야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강박관념이 생각의 자유도를 저해하여 아주 오랜 시간 그리고 여러번의 시행착오를 만들어낸 결과가 되어 버렸다. 아니면 이제 내 머리가 굳어버려서 생각이 폭이 좁아진 것 아닌가 싶다.

 기술적으로 많이 발전했고, 많은 도구들이 존재하고 우리는 그것들에 하루하루를 의지하지만 가끔은 그것들에 너무 의존해서 쉬운 문제를 어렵게 풀어가는 오류를 오늘도 저지르고 있는지 모른다. 또한 익숙하지 않은 새로운 것에 열광하며 그것으로 생기는 아직 경험하지 않은 문제들에 간단히 지쳐버리기도 한다.

 어쩌면 우리가 직면한 문제들을 몇십만원 하는 전동드릴보다 백원도 되지 않는 나사가 더 쉽게 해결할 수 있는데 우리는 그것들은 전동드릴에만 의존해서 해결하려 하고 있지는 않을까?

 어느 바보가 된 하루에서 얻게된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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